에세이

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제주도로 떠나는 걸까?



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제주도로 떠나는 걸까?

찬바람이 불어오고 기온은 어느새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요즘 들어 부쩍 추워진 날씨에 달력을 들여다보니, 11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마음이 심란해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가을이라고 생각했는데 12월이 되면 본격적인 겨울이니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버리는 건가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작년에는 한 달에 3번, 많으면 4번이나 출국을 할 만큼 일이 많았고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스케줄이 텅 비어있는 달력을 들여다보니 뭔가 공허함이 밀려온다.









올해만 벌써, 6번째 제주도 여행

평소라면 1년에 한번 가볼까 말까 할 정도로 연중행사였는데, 올해는 봄의 청보리, 여름의 푸른 바다, 가을의 당근밭, 겨울의 한라산 눈꽃까지 모든 계절을 모두 느껴볼 수 있을 듯하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마치, 여름 휴가철이나 연휴에 인천공항을 보는 것과 같은 북적이는 모습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는데, 여행의 설렘이 공항을 가득 메운 듯 느껴졌다.

비행기를 타면 왠지 모르게 해외로 떠나는듯한 기분이 든다. 이륙과 동시에 흔들리는 비행기 그리고 느껴지는 긴장감, 영어로 나오는 기장의 안내방송,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까지, 이 작은 것 하나하나가 외국으로 나갔던 여행의 기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기내식. 이날따라 참 기내식이 먹고 싶더라.








요즘,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 월정리 해변

10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도 하면 중문 관광단지였는데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듯하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서쪽 애월의 해안 도로가 인기가 많았는데, 올해는 동쪽의 월정리와 평대리까지 더욱 다양해졌다. 동남아에 온 것 같은 힙한 카페들이 줄지어 있고,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여기가 발리인지 제주도인지 잠시 헷갈릴뻔했다.

참 외국 같은 풍경.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요즘은 바로 이것이 트렌드이다. 다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여기가 베트남 호이안 같다고 말하고, 필리핀의 보라카이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서로의 추억을 하나 둘 꺼내놓는다. 아 참! 동남아의 라탄 스타일, 아라비안나이트가 생각나는 터키 스타일 이 두 가지를 합쳐놓은 듯한 이국적인 카페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모알보알이다.
(*필리핀 세부에 위치한 지명으로 거북이 알이라는 뜻이다.)









지금, 제주도는 당근 수확철입니다.

인삼에 버금가는 훌륭한 약재라고 하는 당근. 인삼재배가 어려운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당근을 인삼에 버금가는 약재로 여겼다고 한다. 그만큼 몸에 좋다는 것인데 단점이라면 참 맛이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카레에 당근을 다 빼고 먹었던 기억 누구라도 한 번쯤 있을듯하다. 요새는 주스로도 먹고 커피숍에서 팔기도 하니 훨씬 더 먹기가 쉬워진 듯하다. 제주도 동쪽 편 구좌읍에는 수많은 당근밭들이 펼쳐져 있다. 언 듯 보아서는 잘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다. 연두색과 주황색의 조화가 그림같이 예쁘다. 운이 좋아서 수확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 다가가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도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로 큰 섬이다. 어디 한번 가려면 1시간 이상 소요되니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여행하는 내내 동쪽의 월정리, 평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커다란 크기만큼이나 볼거리도 많다는 사실이 다음 여행을 기대하게 한다.

EDITOR. 도란도란